제목 광주호남지회-병영수기집(잘하고 싶지만 장난 치고 싶어) 작성일 2019-12-12 조회수 2073

잘하고 싶지만 장난 치고 싶어

 

00부대 병장 이경민

 

 

저는 병장 이00입니다.

이제 군생활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참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그 일들은 한번 글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선임과 반장님 입장에서는 답답하거나 화가 났을 수 있던 일들이 많지만 결국에는 우리 분대원이 모두 웃을 수 있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저를 정말 많이 챙겨주신 선임들과 반장님에게 꼭 이 글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장난기 많고 말썽꾸러기였던 저를 항상 아껴주고 응원해주는 분대원들이 이 글을 읽고 좋아하면 좋겠습니다.

제 별명은 깍두기였습니다.

왜 깍두기였는지 아십니까?

일인분을 하지 못해서 ‘있으나 마나’ 라며 지어진 별명입니다.

그때의 제가 얼마나 철이 없었는지 돌이켜보면 참 한숨과 웃음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항상 웃으며 도와주신 선임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수많은 일들 중 무슨 일을 적을까 고민해보니 굉장히 부끄러워졌습니다.

내가 ‘그랬구나’ 라는 생각과 선임 분들은 ‘얼마나 답답하셨을 까’라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제가 소초로 전입 온 날에 발생했습니다.

저희 분대장께서는 면회 외출을 나가시기 전 소초구경을 시켜주셨습니다.

저에게 소초구경을 시켜주시면서 시설을 하나하나 알려주셨고 혹여나 헷갈리까 봐 몇 번씩은 더 설명해 주셨습니다.

가장 먼저 알려주신 건 탄약고 였습니다.

그 파란색 지붕의 탄약고, 저는 전역해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분대장께서 돌아오시자 간부님께서 소초구경을 확실히 시켜주었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분대장님은 그렇다고 확실하게 구경시켜 주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간부님께서 저에게 파란색 지붕 건물을 가리키며 물어보셨습니다.

‘경민아, 그럼 저게 뭐야?“ 그 순간 저는 머리가 하얗게 물들었고 아무 기억도 나지 않았습니다.

분대장님이 설명하실 때 다른 생각만 하고 있던 것입니다.

대답하지 못하는 저를 보던 분대장님이 얼굴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 뒤에 제 별명은 한동안 탄약고가 되었습니다.

하루에 열 두 번씩은 저에게 저 건물이 탄약고라며 장난을 치셨습니다.

오히려 이런 저의 실수 때문에 분대원들과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바로 셰익스피어 연극입니다.

저는 정말 간부님과 선임 분들 속을 많이 상하게 하고는 했습니다.

임무 숙지를 위해 공부할 것을 주셔도 장난치고 도망 다니기에 바빴고, 좋게 아무리 말씀하셔도 그냥 웃어넘길 뿐 귀에 새겨 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저의 선임분은 아이디어를 내셨습니다.

공부를 하느냐 아니면 같이 셰익스피어 연극을 하느냐, 갑자기 독서카페로 부르시더니 뜬금없이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책을 던지시며 ’너가 햄릿 해‘ 라고 말을 하셨습니다.

저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상황파악을 열심히 하였지만 도대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공부 할래 햄릿 할래’ 그렇게 시작된 연극은 제가 그만하자고 싹싹 빌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너무나 웃기지만 힘들었던 탓에 그날 진이 다 빠졌습니다.

결국에 제가 말했습니다.

대사를 외우니 차라리 임무숙지를 하겠습니다.

그러자 선임 분들이 웃으며 공부시키기 위해 장난을 쳐보셨다며 앞으로는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세 번째는 ‘즉흥 랩’ 에피소드입니다.

저는 평소에 힙팝을 좋아하여 랩을 자주 해 왔었습니다.

그래서 장난삼아 생활관에서 음악을 틀고 음악에 맞춰 랩을 했습니다.

선임들이 웃으며 좋아해 주자 저는 장난기가 발동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보다 랩을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제 나라사랑 카드를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가만히 웃고만 있던 분대장님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저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환상적인 목소리와 리듬감, 저는 그저 패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흥 랩을 마치신 분대장님이 ‘약속대로 내 남은 군 생활동안 너 월급카드는 내가 사용한다’ 라고 말씀하시자 저는 그때서야 싹싹 빌었습니다.

설마 ‘장난으로 안 받아주시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과 이제 황금마차가 와도 아무것도 살 수 없다는 공포감에 휩싸였습니다.

하지만 분대장님은 웃으면서 오늘 덕분에 즐거웠고 앞으로도 깊이 자주 하자며, 카드는 장난이고 대신에 임무숙지를 더 열심히 하라고 응원과 장난을 쳐 주었습니다.

그 때부터 제 별명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쑈미더머니 탈락자였습니다.

이렇게 저는 장난기만 많고 임무숙지에 관심이 없던 신병임에도, 선임들과 간부님들의 응원으로 가장 열심히 하는 병사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화가 나실 수도 있고 기분이 상하실 수도 있음에도 최대한 다정하고 웃으며 대해 주신 선임 분들 때문에 더 힘이 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임분들에게 추억을 선물해 드리기 위해 이 글을 썼습니다.

항상 유쾌한 우리 분대와 우리 분대를 잘 이끌어 주시는 분대장님, 항상 저를 위해 다독여 주시는 선임들,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여기에 적은 에피소드들은 제가 군 생활동안 겪었던 일들의 극히 일부 이지만, 이 글을 보며 분대 원들이 다 같이 재밌어 하고 또 한번의 유쾌한 에피소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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