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광주호남지회-병영수기집(병영자치위원회, 그리고 나의 군 작성일 2020-02-06 조회수 5219

병영자치위원회, 그리고 나의 군 생활

 

 00부대 병장 최문기

   

 

병장 약장을 달게 된 지금, 지난 군 생활을 되돌아보며 내 나름대로 많은 경험을 쌓았고 여러 감정들을 느꼈다고 자부한다.

 

군 생활을 해오면서 지금에서야 웃을 수 있고 슬퍼던 일화들이야 많지만, 아무래도 나의 경우에는 병영자치위원회에서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병영자치위원회에 대해서 처음 생각하고 이끌어나가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름 깨닫게 된 것들에 대해 담담하게 써보려 한다.

 

병영자치위원회의 시작은 그렇게 거창하지 않았다.

 

당시 우리 부대가 일과 후 핸드폰 사용이 시범적으로 허용되었고, 그에 따른 도입에 있어서 여러 난관이 생겼다.

 

간부와 용사의 근본적 입장의 차이에서 갈등이 비롯된 것이다.

 

간부님들은 촘촘한 통제적 정책을 통해 핸드폰 사용을 허용하고자 했고, 용사들은 책임감 있게 핸드폰을 사용하겠다며 유연한 사용을 바라고 있었다.

 

나 또한 용사로써 핸드폰을 오래, 자유롭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사회적 단절을 해소하고 자기계발에도 도움이 될 핸드폰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쓰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간부님들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국가에 대한 신념과 가치관으로, 혹은 직업적 신념을 가지고 계신 간부님들이다.

 

국가의 안보에 직결되어 있는 안보란 민감한 분야에 있어서 용사들의 핸드폰 사용은 위험성이 인식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핸드폰 사용에 대해 통제적 정책을 도입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소통적 차원에서 대대 내에서도 일과 후 핸드폰 사용에 관한 토론회가 열리기도 하였으나 근본적 입장 차이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마침 부대장님이 주관하시는 병영문화혁신 정착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두 기본적 입장을 확인하고 중재적인 안을 제시하고 싶어 토론회에 대대 대표로 참석을 희망했다.

 

그렇게 토론 준비를 하던 와중에 이러한 근본적 갈등이 비단 핸드폰 사용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병영문화에 만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이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고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했던 현 병영문화의 문제점은 이렇다.

 

현재 병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우리 용사들임에도, 일상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병영생활문화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항상 지휘관의 명령과 통제에 따라 수동적으로 행동한다.

 

또한 서로 대화를 통해 타협을 모색함으로써 갈등 상황을 해결하려기 보단 그저 마음의 편지라는 수단을 이용해 갈등의 해결을 지휘관에게 위임해 버린다.

 

무엇보다도 내가 뭐 하나 한다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소극적인 태도로 군 생활에 임한다. 그래서 간부님들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용사에 대한 평소 이미지가 어떤지 물어보면 대부분은 무엇 하나 하려는 의욕 없이 무기력한 모습이라고 말하시곤 한다.

 

이러한 용사들에게서 어떤 지휘관이 신뢰를 가지고 대할 수 있겠는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것이 간부와 용사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이 왜 나타나는지 설명해 준다고 생각한다.

 

, 용사들에겐 자율성과 책임의식이 부재한 것이다.

 

부재한 자율성과 책임의식은 간부로 하여금 용사를 책임의식이 없는 주체로 인식하게 한다.

 

이에 간부는 항상 관리와 통제로 용사에게 임부를 부여한다.

 

이로 인해 용사는 자신을 항상 통제받는 존재로 인식하게 되고, 이는 학습된 무기력함을 악화시킬 뿐이다.

 

더군다나 수직적 계급 문화는 수평적 소통을 저해함으로써 이러한 고정관념을 심화시킨다.

 

그래서 나는 간부와 용사간의 소통을 증진하고, 용사의 자율성과 책임의식을 제고할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병영문화혁신 토론에서 병영자치위원회라는 제도를 건의했다.

 

병영자치위원회는 용사가 병영생활문화의 주체가 되어 병영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건전한 비판을 통해 대안이나 타협안을 찾아가는 과정속에서 용사들의 자율성과 책임의식을 제고하기 위해, 수평적 소통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생각해낸 제도였다.

 

그러자 부대장님께서는 우리 대대 내에서 시범운용을 해본 뒤에 결과를 보고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현재 5월부터 9월까지 시범운영하며 나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위원 중심의 회의 운영에서 분대장 중심의 운영방식의 변화, 격주마다의 회의, 간부님들과 동기들의 의견을 수렴해 여러 미흡한 점들을 바꾸면서 지금의 병영자치위원회를 만들었다.

 

물론 항상 회의마다 피드백를 해주시고 보조해주신 중대장님, 열린 마음으로 병영자치위원회 활동을 장려해주시는 부대장님, 간부님들, 용사들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병영자치위원회가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매달 격주로 각 분대장들이 모여 병영생활의 개선점, 미흡한 점을 토의했고 바람직한 대안을 찾고자 노력했다. 어떤 때에는 간부님들의 건의를 받아서 혹은 전체 장병의 참여를 통한 설문으로 안건을 상정하고 도출했다.

 

그리고 매달마다 대대장님께 이러한 안건들을 종합하여 보고 드리고 승인을 받았다.

 

    

우리는 그렇게 차근차근 병영문화를 바꾸어 나갔다.

 

우리는 점호를 당직병 주관 형식으로 바꾸었다.

 

자체적인 경징계제도를 만들었고 시행했다.

 

애로사항에 대해여 토론하고 건의를 드렸다.

 

물론 이를 통해 병영문화의 근본적인 혁신이나 변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또한 이 제도로 용사들의 자율성과 책임의식을 식별 가능한 수준의 차이를 끌어올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병영자치위원회를 악용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한 몇몇 간부님들도 이 제도가 용사들의 건전한 병영문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군기가 없는 군대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닌지 걱정해 주셨다.

 

나 또한 많은 것을 느꼈다.

 

모든 것에서 만족을 얻을 수 없고 모든 것에 만족을 줄 수 없다는 것, 현실과 이상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

 

 

그럼에도 용사와 간부가 가진 의식의 변화만큼은 이루어 냈다고 생각한다.

 

도입 당시에는 설문에서, 주변에서 이 제도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아무것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조금씩 병영문화를 바꾸어가며 간부든 용사든 병영문화도 노력하면 실제로 바뀐다는 대한 의식을 심어 주었다고 생각하다.

 

또한 용사와 간부 사이의 또 다른 소통 채널을 열었고 수평적 소통문화의 시작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해결하지 못한 병영문화의 문제점들을 바꿔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실제로 이 병영자치위원회를 통해서 배움을 얻었고 경험을 얻었다고 생각하다.

 

그리고 이 깨달음으로 사회를 살아가는 것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병영자치위원회를 만들고 이끌어 나가며 경험을 느꼈음에, 내 군 생활에 큰 배움을 주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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