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광주호남지회-병영생활 수기집(소심 꿀벌, 26번 훈련병) 작성일 2020-02-06 조회수 5273

소심 꿀벌, 26번 훈련병

 

 

00부대 병장 백의현

 

      

어쩌다 보면 뻔한 이야기 거리일수도 있지만 저에겐 인생을 새로이 바라보는 시야를 갖게 해준 일입니다.

 

사건은 입대 전부터 훈련소 수료식까지 무려 한 달하고 보름동안 진행된 이야기입니다.

 

입대 전 제 모습이 머릿속을 불현 듯 스쳐 지나갑니다.

 

입대 전 머리를 밀며 거울 속에 비친 저의 모습을 보니 흡사 껍질을 벗긴 뽀얀 메추리알 같아 눈물을 감추며 미용실을 뛰쳐 나왔습니다.

 

까슬까슬한 머리를 만지면서 처음 느끼는 감촉에 이것도 꽤 괜찮은 경험이라며 웃음을 머금고 계속해서 제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친구들도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느낌이 썩 나쁘지는 않다고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친구들 중 한명이 갑자기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저를 놀리는 것도 아니고 메추리알을 사왔긴 했지만 여기서 울면 일류가 아닌 삼류이기 때문에 메추리알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그렇게 친구들과 울고 웃고 떠들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입대 당일이 다가왔습니다.

 

입소식을 진행하면서 아버지는 저에게 밑에 달려 있으니까 가야되지 않겠냐, 아빠도 다 다녀왔다라는 심심한 위로를 해주셨습니다.

 

그 순간 저는 남자로 태어나기를 살짝 후회하였습니다.

 

그렇게 지나가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 흘러 가족들은 갑절 인사를 하며 떠나갔고 넓은 강당엔 오직 3mm 머리카락의 188명과 모자를 쓴 조교들, 그리고 선글라스를 낀 근육질의 소대장님만 남았습니다.

 

오직 적막만이 흘렸습니다.

 

머릿 속으론 영화 타짜의 명대사인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 들어와 심장을 꽂혀질 것만 같다라고 생각한 그 순간! 10분 전 입소식 때 생글생글 웃으시던 소대장님이 안 뛰어?!!!라는 힘찬 샤유팅과 함께 모두들 혼비백산하여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무대 앞에 집합을 하였습니다.

 

그 때 또 한 번 느꼈습니다,

 

역시 군대는 군대구나라고, 그렇게 인원별로 생활관에 배치가 되어 서로 통성명을 하였고 20명과 함께 남은 5주동안 잘 지내야 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낯을 굉장히 많이 가리고 환경이 바꾸면 적응을 하는 데 오래 걸린 저는 그만 침묵하였습니다.

 

혼자서 책상을 펴고 노트와 펜을 꺼내 끄적거리고 조기 퇴소하는 친구들을 보며 그저 부러워 침을 흘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도 얼마 안 갔고 결국 동기들과 친하게 지내며 어차피 좋든 싫든 5주 동안 봐야하니 잘 지내 봐야겠다는 마인드를 갖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였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도 한데 동시에 이기적인 생물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짧은 훈련소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소위 말하는 꿀 보직을 찾으러 조교님 말씀에 귀를 열심히 기울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정보를 수집하여 결국 찾았고, 그렇게 인쇄된 인터넷 편지를 관리하는 보직을 맡아 편하게 훈련병 생활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물론, 동기들이 부러워 할까봐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어마어마 하게 힘들었다고 말은 하였지만 믿었을지 안 믿었을 지는 지금 돌이켜보면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온갖 힘든 척은 다하면서 꿀은 있는 대로 찾아다닌 저는 제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찾아다니자라는 신념을 가지고 되었습니다.

 

이 신념은 결국 23주차에 있던 대적관 결의문 작성에서 그 진가가 발휘됩니다.

 

지루한 분위기, 벌써부터 눈에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동기들은 다 각자 꿈나라로 가 졸고 있고 조교님들도 지루한지 뒤에서 않아 하염없이 졸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 갑자기 강의를 하던 도중 강의자님께서 6가지의 주제를 던져주며 펜과 작은 종이를 주며 20분 동안 자유롭게 기술하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한창 노트와 펜을 가지고 개인정비 때 일기를 쓰고 평소에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하여 남들은 대충 쓸 때 혼자 열심히 뒷면까지 빼곡하게 썼습니다.

 

20분이 지난 후 종이를 내며 다시 잠이 들려는 그 순간 호명되는 6명의 이름들 중 저의 이름도 불러졌고 저는 그 때 알았습니다.

 

달콤한 꿀의 향기를 6명은 앞으로 나가서 한 명씩 방금 쓴 대적관 결의문을 발표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6번 째, 즉 마지막이여서 앞에 동기들이 발표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하나같이 담배를 못 피워 수전증이 온 28번 훈련병처럼 손을 떨고 많이 긴장되었는지 목소리도 떨렸습니다.

 

저는 지금 이 6명이 호명된 것은 무조건 기회라고 생각이 되어서 정말 열심히 무대 위에서 제 의견을 피력하였습니다.

 

발표가 끝나고 내려오자 마자 동기들이 말하길 뒤에서 듣고 있던 중대장님이 제가 발표할 때만 웃었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확신을 가졌고 그렇게 다시 인사행정()의 역할을 하며 인터넷 편지를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저를 찾지 않았고 나머지 5명에게도 스리슬쩍 물어 보았는데 다들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슬슬 확신이 불안으로 바뀌어갈 때 소대장님께서 저를 방송실으로 부르셨고 6명들 중 제가 대표로 소감문을 작성하여 수료식 날 발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몇 백명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조금 무리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평소 사회에서 기회를 잘 잡지 못하였기 때문에 놓친 것들이 많고 포기하기 싫어 도전하였습니다.

 

열심히 소감문을 작성하고 주위 글 잘 쓰는 동기들에게 첨삭을 부탁하며 동기들 앞에서 발표연습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가 수료식 날이 되었고 사회자님의 입에서 제 이름이 호명된 순간 많이 떨렸지만 당당하게 무대위 단상으로 위치하여 사단장님께 경례를 드리고 발표를 시작하였습니다.

 

무대 밑을 내려다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아찔해 졌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놓치긴 싫어 무대 밑이 아닌 자연스럽게 전방을 바라보았습니다.

 

마이크에 운을 떼기 전 입대 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12초가량 흘렀지만 다시 정신 줄을 잡고 발표를 시작하였습니다.

 

비록 마지막은 실수는 있었지만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니 다음부터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또한, 앞으로의 제 신념을 지키기 위하여 정진해야 됨을 몸소 느꼈습니다.

 

발표를 다 하고 무대 밑에 있는 가족들과 여자친구를 보니 눈물을 흐를 뻔하였지만 부끄러워 꾹 참았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눈이 토끼눈 마냥 빨개졌다고는 하는데 열심히 참았습니다.

 

훈련병 때의 기억은 정말 군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잊지 못할 기억들 중 하나입니다.

 

저의 성격과 신념이 바뀐 계기가 되었고 수동적인 자세에서 능동적인 자세로 바뀌었습니다.

 

그 후로 최대한 군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해보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

 

자대로 배치 받아 1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저를 보여주는 것을 꺼려하였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다수는 행동으로 옮기지 않습니다.

 

비록 이것을 사회에서는 못 느꼈지만 훈련소에서라도 느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듣는 모든 분들에게 꼭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시고 기회를 기다리지 말고 찾으셨으면 하고 군대라고 해서 모든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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